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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장의 말이 맞았소! 그렇지 않아도, 이 노승(老僧)도 심히 수상쩍은 일이라고 생각하던

참이었소!”홀연, 매소천의 머리 속을 번갯불처럼 스쳐 나가는 한 가지 생각이 있었다.그

는 금방 얼굴빛이 이상야릇하게 변하면서 불쑥 주육화상에게물었다.”화상 친구! 내 누

이동생과 신영궁의 무남독녀라는 아가씨는 언제쯤 여기 도착한다고 그랬소?”주육화상

이 입이 찢어질 것같이 소리도 없이 웃었다.”그걸 날더러 물어? 이 화상도 그대와 똑같

이 깜깜소식이지! 언제 올지 어떻게 단언할 수 있단 말인가?”매소천은 내심 초조함을

금치 못했다.왜냐하면, 천하제일방 방주 무영객이 워낙 기상 천외한 짓을 잘하고, 신출

귀몰한 갖가지 방법으로 남을 희롱하기 좋아하는 줄 아는지라, 이 시각이 되도록 자기

누이동생 경혼검 매약화 아가씨와 신영궁의 무남독녀라는 두 아가씨들이 나타나지 않

고, 천하제일방 방주마저 나타나지 않으니, 덜컥 수상쩍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 수

.매소천은 초조해서 어쩔 줄 모르는데도 주육화상은 아무 일도 없다는 듯, 고개를 뒤로

떡 젖히고 하늘 가에 떠도는 구름만 바라다보고 있었다. 밝은 달빛이 그의 얼굴에 비치

어서 개기름이 잔뜩 낀 얼굴을 더한층 번쩍번쩍하게 했다.바로 이 순간에, 사찰 앞 숲

속 저편, 그다지 멀지 않은 곳에서 말방울 소리가 쩔렁쩔렁 들려 오며 말이 요란스럽게

울부짖는 소리도 섞여서 들려 왔다. 꽤 많은 사람들이 급히 달려 오는 모양이었다.광장

에 모여 있는 사람들은 여기저기서 쑤군쑤군, 갑자기 공기가 다소 어수선해졌다.왜냐하

면 요란한 말방울 소리나 수선스런 말굽 소리로 미루어 보아서 상당히 많은 사람들이

달려 오는 모양이긴 하지만, 소림, 무당,화산 등 삼대 문파의 입장에서 생각할 때에는

여기 나타날 만한 인물은 이미 모조리 나타났고, 그들의 생각으로는 절대로 그 이상 더

나타날 사람이 없다는 결론이 서기 때문에 쑤군쑤군하지 않을 수 없었다. 세 파의 영도

자들은 십중 팔구까지는 천하제일방 방주가 수많은 부하들을 인솔하고 달려드는 것

이라고 단정했다.한편 천하제일방 사람들 측에서는 갑자기 말을 달려서 몰려드는 사람

들이 절대로 자기편 사람들이 아니라는 명백한 판단을 내리고있었다.왜냐하면, 그들

의 방주는 여기 나타난다 해도 절대로 말을 타고 나타나지 않을 것이며, 또 이렇게 많

은 사람들을 거느리고 동행해올 까닭이 만무하다는 점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

래서 천하제일방 측에서는 말을 달려 오는 많은 사람들이 반드시 세 파에서 원군(援

軍)으로 초청해 오는 고수급 인물에 틀림없을 것이라고 추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