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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에는 굵은 빗줄기가 사납게 퍼붓고 있었다. 하늘은 마치 무거운 납덩어리로 사람들의 머

리를 내리누르겠다는 듯 잔뜩 찌푸린 우울한 표정이었다. 거기다 또 모진 바람이 미친 듯

이 휘몰아쳤다. 나뭇가지가 꺾이고 부러지고 낙엽이 휘날려 하늘을 뒤덮었다.웬만한 급한

일이 있는 사람들도 감히 거리에 나갈 생각을 할 수 없을 만큼 사나운 비바람이 천지를

뒤흔드는 거친 날씨였다.이런 날씨에, 큰 거리 정(丁)자로 갈라진 길목 어귀에 한채의 화려

한 마차가 멈춰져 있었다. 그리고 마차 앞에는 낡고 찢어진 도포를 걸친 도사(道士) 한 사

람이 서 있었다.그의 온몸은 비에 축축하게 젖었으며 들창코에 짓궂게 생긴 얼굴이었다.

마차 위 휘장 앞에는 전신에 푸른빛 옷을 입은 마부가 쭈그리고 앉아 있었는데, 비를 막느

라고 모자를 푹 눌러써서 그의 얼굴을 자세히 알아볼 수 없었고, 기름에 절은 비받이 널따

란 헝겊을 등에 덮고 있었다.낡은 도포를 입은 도사는 마차의 앞길을 가로막고 마부와 따

따부따 말다툼을 하고 있는 판이었다.”이봐! 마차 안에 누가 타고 있느냔 말이야? 휘장을

걷고 이 도사영감에게 좀 보여 달란 말일세!”마차 휘장 앞에 않아 있는 마부는 나이가 꽤 젊

어 보였다. 쨍쨍 울리는 칼끝같이 뾰족한 음성으로 소리를 지르며 말채찍을 마구 휘둘렀다.

“아 글쎄, 소위 도사라는 양반이 어째서 이렇게 벽창호 같은 소리를 하시오? 남의 가는 길을

까닭 없이 가로막고 서서‥‥‥ 뭣 때문에 내가 모시고 가는 사람이 누군지 알려고 하는 거요?”

찢어진 옷을 입은 도사는 껄껄대고 웃었다.”헛! 헛! 헛! 이 마차는 내가 잘 아는 마차란 말일

세! 이 마차의 주인은 소씨(邵氏)지? 그렇잖은가?”마부는 소리를 벌컥 질렀다.”귀찮게 굴지 마

시오! 이 마차의 주인은 나요! 내 성이 뭣이든 간에 당신이 무슨 아랑곳이란 말이오? 공연한

떼를 쓰지 말고 어서 길을 비켜 주시오! 나는 갈 길이 바쁘오! 당신 같은 사람하고 옥신각

신 떠들고 있을 시간이 없소!”도사는 끝까지 해보겠다는 듯 여전히 억지 소리를 했다.”안

돼! 안 된다니까‥‥‥ 누가 마차 안에 타고 있는지 보여 주지 않으면 나는 절대로 길을 비키

지 않을 테니까‥‥‥‥”마부는 어이없다는 듯, 너털웃음을 쳤다.”헛! 헛! 헛! 그거 참! 이 비렁

이 같은 도사 영감! 정말 끝까지 길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