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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상 앞에 있는 조그마한 걸상 위에는 향로에 단향(檀香)이 피워져 있어 가느다란 연기가 한들

한들 공기 속에서 춤을 추고 있을 뿐이었다. 세 사람은 아무도 말이 없었다. 방안에는 죽음같

이 조용하고 무거운 침묵이 감돌고 있을 따름이었다.한참만에야 무당파의 영도자 제일명이

칼끝같이 치올라 간 시커먼 눈썹을 잔뜩 찌푸리고 장탄식을 하고 입을 열었다.”매 형! 오늘

은 꼭 사흘째 되는 날인데, 그자가 꼭 나타날 것 같소?”매소천은 고개를 쳐들어 선방 밖을

한 번 두루두루 휘둘러 봤다. 처참할 만큼 보기 싫은 표정을 하고 대답했다.”아마 우리들은

고작해야 한 시간 정도밖에는 더 살아 있을 수 없을 것 같소!”제일명은 도둑질이라도 하는

사람같이 침상 위에 도사리고 앉아 있는 명원상인 숙목을 힐끔힐끔 몰래 살펴봤다. 명원상

인은 눈썹을 아래로 깔고 두 눈을 꽉 감은 채 얼굴의 표정이 지극히 조용하게 가라앉아 보

였다. 제일명은 고개를 옆으로 쩔레쩔레 흔들면서 나지막한 음성으로 말했다.”우리, 밖으

로 좀 나가 보는 게 어떻겠소?”매소천은 쓰디쓴 웃음을 입가에서 빙글 돌렸다.”도계원(屠

啓元) 아우와 팔검(八劒)들이 모두 밖으로 나돌고 있으니까, 무슨 일이 생기면 반드시 사

람을 보내서 연락을 취해 줄 것이오. 또 내 생각 같아서는 오늘 밤 그자의 목표는 우리

들 세 사람뿐인 것 같으니까‥‥‥‥”말을 그치고, 매소천은 또 한 번 방문 밖을 유심히 두리

번거렸다.”이상한데! 주육화상도 올 때가 거진 되었을 텐데?”제일명이 화가 난다는 듯

, 투덜댔다.”그놈의 화상이란 친구는 또 무슨 술바람이 불어서 어디로 휩쓸려갔는지 알

수 있겠소?”매소천도 초조한 심정을 억제할 수 없다는 말투였다.”그 화상 친구는 그저 술

만 있다면 천하 없는 일이라도 선선히 떠맡고 나서며, 한 번 술만 보면 천하 없는 일이

라도 언제 있었더냐는 듯이 잊어버리니‥‥‥ 정말 몹쓸 친구야!”바로 이 순간에, 별안간 선

방 밖에서 요란스런 발자국 소리가 들리더니, 잇달아 누군지 투덜투덜하는 소리가 들려

왔다.”흥! 잘들 놀고 있군 그래? 나를 돌려 세워 놓고 술에 미친 놈으로 간주하고 멋대로

지껄여대고 있으니!”말소리가 그치는 순간, 선방 문밖에는 어느 틈엔지 다 찢어진 남루

한 의복에 술냄새를 물컥물컥 풍기는 화상이 한 사람 나타나 있었다.두말할 것도 없이,

주육화상이 나타났다는 것을 알게 된 제일명과 매소천은 당장에 초조하던 마음이 적이

가라앉는 것 같았다. 두 사람은 똑같이 껄껄대고 웃었다.제일명이 먼저 입을 열었다.

“핫! 핫! 핫! 호랑이도 제 말을 하면 나타나고, 조조(曺燥) 이야기를 하면 조조 같은 친

가 반드시 나타나는 법이라더니‥‥‥‥”주육화상이 빈정대는 말투였다.”이 친구들! 그래

도 눈이 빠지도록 나를 기다린 주제에 큰소리만 땅땅 치구‥‥‥ 만약에 내가 좀더 늦게

왔다면 그대들은 초조해서 저절로 죽고 말았을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