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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 남자의 발자국이 찍혀 있을까? 만씨 아가씨가 이 동굴 속으로 들어오지 않았단

말인가?”가깝게 가깝게 길목까지 왔다. 넉넉잡고 다시 두 발자국만 앞으로 떼 놓는

다면 바로 벽에 찰싹 붙어 있는 두 벌거숭이 남녀들을 발견할 수 있게 되었다.매약화

아가씨만이 사람을 대할 수 없는 형편은 아니었다. 소세옥 역시 이 꼴을 해 가지고

어떻게 비운을 대할 수 있단 말인가? 비운이 한 발자국 두 발자국 다가드는 소리는

마치 큼직한 쇠망치를 가지고 두 남녀들의 앙가습을 호되게 후려갈기는 것만 같았다.

두 벌거숭이 젊은 남녀들은 훌쩍 몸을 피해 볼 생각도 할 수 없었다. 왜냐하면, 비운

은 비록 계집종의 몸이라곤 하지만, 신영궁의 출신으로 일신에 지니고 있는 무학이

당대 무예계의 어떤 고수급 인물하고도 한 번쯤은 승부를 겨루어 볼 만한 경지에 도

달해 있기 때문이었다. 따라서 비운의 청각이나 시각이란 보통 사람과는 딴판이었다.

두 벌거숭이 남녀들이 조금만 몸을 움직이는 소리를 낸다 해도 당장에 비운에게 발

각되지 않을 도리가 없는 것이었다.홀연, 비운의 발자국 소리가 꼬부라지는 길목에 와

서 딱 그쳤다. 동굴 속으로 쏘아 들어오는 태양 광선 속에서 비운의 그림자가 동굴 벽

에 또렷이 나타났다.비운의 그림자는 갑자기 쭈그리고 주저앉아 버렸다. 비운이 동굴

바닥에서 뭣인지 발견했다는 것을 소세옥은 대뜸 알아차릴 수 있었다.비운의 그림자

는 다시 손을 뻗치더니 땅바닥에서 뭣인지 손에 집어들었다.”아니?”또 한 번 놀랍다

는 외마디 소리를 가볍게 터뜨리더니 혼자 중얼댔다.”괴상한 일인데! 이것은 바로 우

리 도련님의 합죽선이 아닌가? 이것이 어째서 이 동굴 속에 떨어져 있을까?”소세옥은

대경 실색했다.’이젠 꼼짝도 못하게 되었구나! 아마 그 검은 옷을 입은 복면의 사나이

가 화합신향(和合神香)이라는 독약으로 마취를 시켜서 동굴 속으로 나를 끌고 들어왔

을 때, 부채를 땅바닥에 떨어뜨린 모양이다. 비운이 나의 부채를 발견했으니 반드시 나

를 찾아서 깊숙이 동굴 속으로 들어올 것이다! 이렇게 꼴사나운 모습으로 어떻게 비운의

얼굴을 대할 수 있단 말인가? 또 어떻게 동굴 밖에 기다리고 있는 강주의 얼굴을 대할

수 있단 말인가?’소세옥이 이렇게 잔뜩 겁을 집어먹고 있을 때, 비운의 그림자가 돌연

동굴 벽 위에서 사라져 버렸다. 그러나 비운의 진짜 몸은 이미 동굴 길목에 뚜렷이 서

있는 것이었다.다행히 비운이 동굴 꾸부러지는 길목에서 걸음을 멈추었기 때문에 밖에

서 쏘아 들어오던 태양광선은 가로막혀 버렸다. 동굴 속이더 한층 캄캄해질 수밖에 없었

다.비운은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또랑또랑한 두 눈동자를 몇 번인지 깜박였다.소세옥은

숨을 죽이고 비운의 일거 일동을 노려보고 있었다.비운은 꼼짝달싹도 하지 않고 한참

동안 그대로 서 있기만 했다.만약에 비운이 좀더 걸어 나오기만 했다면, 동굴 벽에 찰싹

붙어있는 두 남녀를 발견하든 못하든, 반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