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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버렸다. 그리고 주육화상이 다시 발을 붙이고 내려선 곳은 바로 소세옥이 숨
어 있는 큰 바윗돌 위였다.만빙여 아가씨는 주육화상이 이런 속임수를 써서 교묘
하게 뺑소니치려 들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 아가씨는 백설같이 흰 이빨로
아랫입술을 잔뜩 깨물었다.매서운 음성으로 호통을 쳤다.”시시한 수작을 하고 도주
할 수는 없을 걸요!”검광이 또 한 번 번쩍하고 뻗쳤다. 새파란 무지개가 하늘을 향하
고 줄기줄기 뻗쳐 나는 순간, 아가씨의 몸은 날쌔게도 곧장 주육화상을 쫓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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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육화상은 또 한 번 통쾌하게 너털웃음을 쳤다.”핫! 핫! 핫! 도주하지 않으면 날더러
어떻게 하란 말야? 섣불리 굴다가는 두 번 다시 술도 마셔 볼 수 없게?”화상의 말
소리는 빙글빙글 허공에서 맴돌고 있었다.만빙여 아가씨의 몸은 빙글 돌아서 큰 바
윗돌 앞에 와 있었다. 그 바위는 작게 잡아서 언저리가 두 장쯤 되는 큰 것이며, 앞
으로는 나지막한 나무들이 무성해 있어서, 아가씨와 화상과의 거리는 최소 한도 삼
장 쯤은 떨어져 있었다.아가씨는 다시 경각을 지체치 않고 바윗돌 앞으로 화상을 쫓
아갔다.화상은 날쌘 동작으로 바윗돌 뒤로 슬쩍 돌아가 버렸다.두 사람들은 마치 “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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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 붙잡히지 않나 두고 봐요!””히히히 하하하.”하나는 약이 바싹 올라서 매서운 음성
으로 연방 호통을 치고, 또 하나는 쉴 새 없이 빈정거리는 너털웃음 소리를 터뜨렸다
. 화상은 두 번 다시 아가씨에게 붙잡혀서는 안 되겠다고 정신을 바싹 차리는 모양
이었고, 만빙여 아가씨는 이를 악물고 뒤를 쫓아서 빙글빙글 돌아가고 있는 것이었다.
일이 이쯤 되고 보니, 가장 초조하고 당황한 사람은 소세옥이었다. 비록 무성한 잡초
때문에 두 자 깊이는 파묻혀 있다고는 하지만, 두 사람들이 이렇게 줄기차게 맴돌
고 있다면, 마침내 그들의 눈에 발각될 때가 있을 게 아닌가?이 순간의 소세옥은 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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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이나 다름이 없는 몸이다. 만약에 만빙여 아가씨가 한 번 칼을 휘두르기만 한다
면, 소세옥은 까닭도 없이 억울하게 개죽음을 당해야 할 판이었다.만빙여 아가씨는
는 없었다.아가씨는 돌연 걸음을 멈추고 화상의 뒤를 쫓지 않았다.큰 바윗돌 앞에
버티고 서서 날카로운 음성으로 또 호통을 쳤다.”정말 이대로 뺑소니치시려구?”화상
이 천연스럽게 대꾸했다.”뺑소니를 안 치면, 어떻게 한다지?””나는 아저씨를 사흘
낮밤이라도 쫓아다닐 테니까!””그럼, 나는 나흘 낮밤이라도 숨바꼭질을 계속하는 수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