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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매약화 아가씨는 꼼짝달싹도 하지 않고 칼로 앙가슴을 가로막고 거만할 정도로 버티고

서 있었다. 걸인 도사는 다시 몇 자 거리를 다가 들어왔다. 두 사람의 거리는 불과 일 장 오,

륙 척 정도에 불과했다. 이때, 별안간 걸인 도사의 괴상한 웃음소리가 들려 왔다. “우후후! 흥

! 매약화! 따지자면 나는 너의 조사(祖師)쯤 되는 대선배다! 그러나 네가 이렇게 함부로 까불

고 날뛰다가 이 선배의 손이 모질고 맵다고 원망하지 말아라!” 말소리가 그치는 순간, 걸인

도사의 두 개의 식지가 꼿꼿하게 뻗쳐졌다. 쌩! 쌩! 매서운 소리와 함께 무시무시한 지풍(指

風)이 화살같이 매약화 아가씨를 향해 습격해 들어갔다. 매약화 아가씨는 이런 수법이 얼마

나 무시무시하고 악랄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한 번 부주의하기만 하면 반드시 부상을

입게된다는 것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 아가씨가 손에 잡고 있는 경혼검에서는 별안간

쨍, 하는 매서운 쇳소리가 났다. 걸인 도사의 지풍(指風)이 신변 가까이 접근해 들어오려는 찰

나에, 아가씨는 몸을 불끈 두 장이나 높은 허공으로 솟구쳐 올렸다. 칼을 잡은 팔과 손을 허공

에서 약간 떨었다. 그러자 모질고 사나운 비바람 속에는 무수한 은빛 별들이 빗발과 함께 확 퍼

지는 듯했다. 아가씨는 은하도사(銀河倒瀉)라는 최고도의 수법을 또 한 번 발휘한 것이다. 전광

석화같이 빠른 속도로, 위에서 아래로 내리치는 검술의 묘를 발휘했다. 그러나 어찌 알았으랴.

매약화 아가씨가 결국 걸인 도사에게 속아 넘어갈 줄이야! 걸인 도사는 허탄(虛彈)을 발사한

셈이었다. 매약화 아가씨의 칼이 위에서 아래로 내리치는 순간에, 걸인 도사는 “우후후! 후흥!”

괴상한 음음소리를 연발하면서 몸을 회오리바람처럼 빙글빙글 돌렸다. 그리고 그와 같은 순간

에, 어디론지 뺑소니를 쳐 버리고 종적을 감추고 말았다. 비바람은 여전히 모질고 사납게 휘몰

아쳤다. 앞을 내다볼 수 있는 시야란 지극히 한정되어 있었다. 그런데도 걸인 도사는 어디로 숨

어버렸는지 온데간데 없어졌다. 찬란한 검광(劍光)으로 자신의 주변을 빙글빙글 보호하면서 매

약화 아가씨는 재빨리 땅 위에 다시 내려섰다. 아가씨가 땅 위에 내려서는 바로 그 찰나에, 홀연

비바람 속으로부터 한줄기의 하얀 연기가 아가씨의 신변을 슬쩍 스치고 지나갔다. 매약화 아가

씨는 걸인 도사가 돌연, 비밀 무기를 써서 졸습(猝襲)을 가해 오는 줄만 알았다. “천하에 고얀

늙은 것이! 이따위 악랄한 짓을!” 쨍쨍 울리는 음성으로 호통을 치면서 칼과 함께 몸도 춤을 추

었다. 경혼검에서는 또다시 새파란 무지개가 한줄기 뻗쳐 나서 그 하얀 연기를 끊어 버리려고

했다. 아가씨가 몸과 칼을 빙글 돌리는 순간에, 그 하연 연기가 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