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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 핫! 핫! 내가 누구냐는 것은 묻지 마시오. 나는 아가씨에게 남편감을 구해 드리겠다는

거요. 그 사람은 절대로 나 자신은 아니오. 헤헤헤! 아가씨보다 몇 살 아래기는 하지만‥‥‥

그러나 그 청년이 무술 재간이나 실력으로 말하자면 아가씨보다는 월등 탁월하고 고명한

편이오. 지금은 내 말을 믿지 않겠지만, 좀 있다가 아가씨가 그 사람을 대해 보면 아마 흡

족해 홀딱 반해 버릴 것이오! 그때는 헤헤헤! 나에게 감사하다고 인사할 만한 겨를이 없

어질 것이오!”경혼검 매약화 아가씨는 일생 일대에 이런 어처구니없는 모욕을 당해 본

적이 없었다.또 한 번 앙칼진 음성으로 발칵 소리를 질렀다.”천하에 예의 염치도 모르는

놈아! 네놈이 이렇게 비겁한 수단으로 이 아가씨를 괴롭힌다면, 언제고 나는 반드시 네놈

을 발기발기 찢어 죽이고 말 테다!”그 복면의 사나이는 천연스럽게 너털웃음을 칠 뿐이

었다.”헛! 헛! 헛! 아가씨는 정말 천둥 벌거숭이처럼 까부는구려! 내가 지대한 동정과 호의

를 가지고 아가씨를 위해서 남편감을 만나게 해주겠다는 데 뭣이 못마땅하다는 거요? 헤헤

헤! 아가씨의 그 쟁쟁한 경혼검이라는 검술은 다른 사람들을 놀라게 할 수 있을지 모르지

만, 나에게는 아무런 효과도 없다는 것을 알아 두시오!”아가씨는 또 악을 썼다.”그러면 더

욱 좋다! 나의 혈도만 풀어다오! 우리 당장 대결해 보자!”검은 옷을 입은 사나이는 여전히

너털웃음을 치면서 대꾸했다.”핫핫핫! 아가씨의 혈도를 풀어 주었댔자 대단한 일은 아니오

! 나는 아가씨를 조금도 무서워하지 않으니까‥‥‥‥ 하지만 아가씨의 남편감을 만나게 해준

다는데 그때까지도 참지 못하시겠소? 하하하‥‥‥‥ 여자들이란 마음속으로는 좋아서 어쩔 줄

모르면서도, 겉으로는 공연히 비비 꼬고 부끄러운 체를 하는 법이오! 그래서 나는 동정심을

베풀 때는 철두 철미하게 하자는 생각이오. 방금 어떤 사람이 아가씨에게 쐬어 드린 향긋한

냄새가 무슨 약향(藥香)인지 아시오? 아가씨가 한 번 그 냄새를 맡은 이상, 남자와 육체적

교섭을 갖지 않는다면, 얼마 안 가서 그 약의 성능이 발작되어 훨훨 타오르는 욕정의 불길

속에서 산 채로 타 죽고야 말 것이오!”이 몇 마디 말은 확실히 매약화 아가씨 가슴을 철렁

내려앉게 했다.아가씨로서는 죽는다는 것쯤은 대단한 일이 아니었다. 그러나 머지않아 눈앞

에 닥쳐올 일을 생각하니, 그것은 죽음보다도 몇 배 더 견디기 어려운 일이었다.아가씨의

얼굴에는 여태까지와는 딴판으로 극도의 긴장이 꽉 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