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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 꺾일 것은 뻔한 일이다. 그렇게 된다면 지금까지 무예계에 혁혁한 명성을 떨치고 있던 나의

장백산 백혼령 이천검이라는 위신은 땅에 떨어지고 말 것이 아닌가!’백봉 주영이 이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매약화 아가씨가 싸늘한 미소를 입가에 띠고 도리어 먼저 도전을 했다.”자아, 이

제 칼을 써 보시지! 다른 일은 여기서 어쩌구저쩌구 할 필요가 없단 말야.”백봉 주영은 평생을

앙큼스런 꾀로 살아온 여자였다.이때, 벌써 이 여자의 태도에서는 여태까지 그렇게 기고만장

하고 안하 무인격이던 품이 고개를 수그리는 것 같았다. 생글생글 웃으며 대꾸했다.”이봐! 우

리 칼에 찔려서 상처가 날 때까지만 하고 끝장을 내기로 하자. 우리들은 애당초부터 볼공대

천지원수도 아니니까‥‥‥ 그렇잖아?”매약화 아가씨는 상대방의 태도를 재빨리 눈치채고 담담

하게 웃었다.”흥! 내가 손에 들고 있는 이 칼이 눈에 거슬린다는 거겠지? 그러나 안심해도 좋

아. 우리는 어디까지나 검술에 있어서 승부를 가리자는 것이지, 결코 무기가 예리하다느니 약

하다느니 그런 걸 가지고 비겁하게 사생 결단을 내자는 것은 아니니까.”앙큼스런 백봉 주영

은 매약화 아가씨의 입에서 바로 이런 말이 나오기를 고대하고 있었던 참이다. 시치미를 뚝

떼고, 그래도 끝까지 굴하기 싫다는 가증한 말투를 버리지 못했다.”사실은 무기가 예리하다

고 그것만 내세워 봤댔자 뭐 그다지 대단할 건 없을 거야! 적어도 칼을 만지고 쓸 줄 아는 사

람이면 상대방의 무기가 좀 희한한 것이라고 해서 당장에 쩔쩔매고 굴복해 버릴 사람은 없

을 테니까‥‥‥‥”매약화 아가씨는 그 아니꼬운 말에 냉소를 터뜨리며 태연히 대꾸했다.”그야

론이지. 검술에 뛰어난 명인(名人)들이란 칼의 좋고 나쁜 것을 가릴 까닭이 없으니까! 주영이

란 여자의 이천검이 다년간 산해관 외곽 지대에서 위력을 떨치고 있었다는 사실은 무예계에

서 모르는 사람이 없는데, 뭣이 걱정이야?”매약화 아가씨의 말이 이쯤 나오고 보니, 백봉 주영

은 마음속으로야 어찌 되었던 허세라도 부려서 대담한 체를 아니할 수 없게 되었다.태연 자

약하게 소리를 질렀다.”좋아! 자아, 그러면 어디 한 번 겨루어 볼까!”말소리가 그치는 순간,

쨍! 하는 매서운 쇳소리와 함께 백봉 주영은 장검을 거침없이 뽑아 들었다.두 여인은 결국 한

자루의 칼에 자파(自派)의 명예와 위신을 걸고 각자의 온갖 재간을 발휘하여 대결하게 된

것이다.매약화 아가씨로 말하자면, 물론 화산파 출신이지만, 결코 화산파 본문(本門)의 검

술을 사용하지는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