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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비는 고개를 끄덕끄덕하는 순간, 몸을 훌쩍 날려 동굴 어귀로 단숨에 달려갔다.살금살금

손을 뻗쳐서 동굴 어귀를 뒤덮고 늘어져 있는 등나무 덩굴을 이리저리 헤쳤다. 그리고 동

굴 밖을 내다봤다.거기에는 사람이라곤 하나도 없었다. 굵직굵직한 나무가 군데군데 서

어서, 그 그림자가 길게 땅을 가리고 있으며, 여기저기 예쁜 꽃나무들이 산바람에 고개를

하느적거리고 있었다.연비는 동굴 밖에 사람이 없다는 것을 확인하자, 몸을 돌이켜 손을

흔들어서 사마림 아가씨를 불렀다.”아가씨! 빨리 나오세요. 동굴 밖에는 아무도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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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를 지르자마자 연비는 앞장을 서서 동굴 밖으로 달려 나갔다.그제서야 사마림 아가씨

는 자기가 그 마굴 같던 초가집 방안에서 누구에겐지 구출되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

었다. 그러면 그 사람이 과연 누구냐? 그것은 도무지 알 수 없었다.아가씨는 동굴 어귀까지

단숨에 달려왔다.막상 밖으로 나가려고 하니 또다시 망설이지 않을 수 없었다. 고개를

수그리고, 품이 넓고 길이가 긴 장삼을 걸친 자기 자신의 꼴을 내려다보자니 가슴이 두근

두근 방망이질을 치며, 얼굴이 부끄러움을 못 이겨 금방 새빨개졌다.아가씨는 이때 비록

연비의 장삼을 몸에 걸치고 있다고는 하지만, 속에는 아무 것도 입은 것이 없어, 역시 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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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이었다.처녀의 몸으로 이런 꼬락서니를 하고 바깥 세상으로 나간다는 것은, 역시 부끄럽

기 짝이 없는 일이 아닐 수 없었다.연비는 동굴 밖으로 나가서 한바퀴를 빙빙 돌아 보고 다

시 동굴어귀로 되돌아왔다. 동굴 안을 향하고 큰 소리를 질렀다.”아가씨! 이제 알고 보니까

여기는 귀수곡이 아닙니다. 그러고 보니 우리들은 누구에겐가 구출된 것이 확실합니다.”

사마림 아가씨는 동굴 어귀 등나무 덩굴 뒤에서 대꾸했다.”동굴 밖이 어딘지 똑똑히 알 수

없어?”연비가 선뜻 대답했다.”사면이 모두 높은 산입니다. 그러나 제 생각 같아서는, 귀수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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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서 그다지 멀지 않은 듯싶습니다. 그러니까 우리는 빨리 빠져 나가야 합니다.”사마림 아가

씨는 자기 꼬락서니를 생각할 때, 부끄러움을 금할 길이 없었으나, 그렇다고 해서 동굴 밖으

로 나가지 않을 도리도 없었다. 고개를 푹 수그리고 조심조심 걸어 나왔다.마침내 두 젊은이

들은 동굴에서 밖으로 빠져 나왔다. 한줄기 시냇가를 돌아 나와 다시 계속해서 약 한 시간 동

안을 걸었다.홀연, 앞으로 멀찍이떨어진 곳에서 사람의 음성이 은은히 들려왔다.사마림 아가

씨는 귀를기울이고 조심조심 들어 봤다. 너무나 거리가 멀기 때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