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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영객은 정색을 하는 척하고 말다. 비록 복면 속이라 그의 표정은 똑똑히 보이지 않았지만,

가라앉히려고 애쓰는 그의 나지막한 음성이 그것을 증명하고 있는 것 같았다.”어떤 놈이 화

근을 내게다 뒤집어씌우려는 엉뚱한 음모 같다! 근자에 와서 너의 같은 사문의 오라버니라

는 그 청년이 무슨 현천비급인지 뭔지를 몸에 지니고 있다는 풍문이 떠돌아서‥‥‥ 무예계의

여러 문파들이 모두 그 책자를 노리고 분분히 몰려들었다. 두말할 것도 없이 그런 놈들의

소행이라고 나는 생각한다.”강주 아가씨는 또 한동안 곰곰이 생각해 봤다.’그것도 일리가

있는 말이다. 아마 경혼검 매약화라는 아가씨가 아무도 몰래 무슨 농간을 부렸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렇지 않다면야 우리 오라버니만 중독 상태에 빠져 있고, 그 아가씨는 그 옆에

없었을 까닭이 없는 일이 아니냐?’그러나 역시 한 가지 가장 중요한 의문점을 어떻게 해

석해야 좋을지 몰랐다.정색을 하고 차분히 가라앉은 잔잔한 음성으로 또 한 번 추궁해 봤다.

“그렇다면 그 매약화라는 아가씨와 우리 오라버니하고는 전혀 모르는 사이였는데, 그대는

어째서 그들에게 화합향 같은 냄새를 쐬게 해주었다는 거지?”무영객은 여전히 시치미를

뚝 떼고 이번에는 냉소가 아니라 킥킥거리고 웃었다 자못 가소롭다는 웃음소리였다.

“크크크‥‥‥ 물론, 나는 나대로의 이유가 있었다.””그게 무슨 이유냔 말이야? 솔직히 말

해 봐!””앙큼스럽고 대담한 계집애지만, 한편으로는 정말 철부지구나! 군자(君子)도 성

인(成人)이 되어야 한다는‥‥‥ 다시 말하자면 사내자식이란 사내 구실을 할 줄 알도록‥

‥‥ 그것을 할 줄 알아야 대장부다운 대장부가 되는 것이다! 남자에게도 욕심이 있고, 여

자는 죽도록 사랑하고‥‥‥ 그런 한 쌍의 남녀들을 붙여 주었고, 또 죽을 둥 살 둥 신바

람이 나게 해준 것이 ‥‥‥ 뭣이 내 잘못이란 말이냐?”강주 아가써는 아직도 나이가 어리

기 때문에 남녀간의 일에 대해서 알 듯도 하고 모를 듯도 했다.”신바람이 나게?”그것이

무슨 말인지 도무지 이해하기 곤란해서 고개를 돌이키고 계집종 비운에게 물어 봤다.

“얘! ‘신바람이 난다’는 게 무슨 말이라지?”비운은 강주 아가씨보다 나이가 두 살이나 위

였다. 또 계집종의 몸으로서 접촉해 본 남자도 많았다. 무영객의 말이 뭣을 의미하는지

재빨리 알아차렸는지라, 두 볼이 새빨개지면서 강주 아가씨의 소맷자락을 넌지시 잡아

당겼다.”아씨! 그건 입에 담지 못할 욕지거리에요!””욕지거리라니?”강주 아가씨는 역시

무슨 말인지 알아듣지 못하고 지극히 어색하고 쑥스런 표정을 할 뿐이었다.방바닥에

나둥그러져 엎치락뒤치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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