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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마등처럼 스쳐 가자, 다시 젊어짐을 느꼈다.그래서일까? 모든 것을 다 주고 싶었

다. 비록 자신은 신교에 얽매여 있으나 제자에게는 그것을 주고 싶지 않았다. 그래

서 자신의 신상에 대해 말하지도, 사연이 있는 아이라는 것을 알면서 묻지도 않았

다. 앞으로 강호에 나가게 된다면 교처럼 정파의 눈에 시달리는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한 그의 배려였다. 다행히 강호에서 자신을 아는 자는 극소수였기에.”싸워라, 싸우

면서 익혀라! 싸우면서 몸과 마음으로 느끼는 것이다. 삶과 죽음의 갈림길에서 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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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라. 내 검은 수도 없이 많은 죽음을 넘나들며 익히고, 깨닫고 완성한 것이다. 싸

우지 않고는 익힐 수 없는 것이다!”‘죽는다면 그것도 운명이니 할 수 없지만…….’

이것이 늘 사지(死地)로 제자를 몰며 하는 말과 생각이었다.늘상 정이면은 초일을 사지

로 몰았다. 처음에는 너무 힘이 들었으나 이미 기초 체력이 튼튼하니 가능하다는 설명

과 함께 그를 내몰았던 것이다. 그리고 초일은 청명신공(淸明神功)이라는 호흡(呼吸)

법을 배웠다.무려 삼 년이라는 시간이 흘러 십오 세가 되어서야 아주 약간 이해한 난

해하고 어려운 것이었다. 겨우 천자문을 배운 초일에게는 말이다. 그리고 십오 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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될 때까지 짐승들과 싸워 왔다.초일은 죽음을 언제나 생각해야 했다. 그렇다고 그

죽음을 두려워한 것은 아니다. 검을 잡는 순간부터 이미 죽은 목숨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아니 그가 살아왔던 날들이 죽어 있는 삶이었기에 당연히 받아들였는지

도 모른다.초일이 병상에서 일어나자 정이면이 바로 시킨 것은 짐승과의 사투였다. 자

신이 왜 싸워야 하는지 왜 이런 고통을 당해야 하는지도 모르는 채 그렇게 싸워 왔다

. 단지 초일은 자신을 살려 주고 밥을 주는 정이면에게 무언가로 갚아야 한다고 생각

했다.그것은 그가 책임이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정이면이 시키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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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면 군말 없이 다 했다. 언제나 정이면은 초일보다는 약간 강한 상대만을 골랐

고, 초일에 비해 상대가 약하다 싶으면 숫자로 맞추었다. 그렇기에 초일은 언제나 죽지

않을 만큼 상대와 싸워 왔으며 한 번의 사투(死鬪)가 끝나면 여지없이 침상에 누웠다.

“이것은 혈정(血精)이라는 것으로 피를 맑게 해주며 다시 새 살을 돋게 해주는 영약

이니, 네 몸에는 해가 되지 않을 것이다.”정이면은 상처와 출혈로 쓰러져 있는 초일을

데리고 와서 매번 작은 호로병에 들어 있는 짙은 혈향(血香)의 붉은 액체를 초일에게

먹였다. 혈정의 약효 때문인지 초일은 길게는 일 주일, 짧게는 이삼 일 후에 눈을 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