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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이번 내기를 하게 된 동기인 신 가가에 비해서도 용모도 별로이며 무공도 별로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오늘 초일의 모습은 너무나 강하게 그녀의 머리에 새겨졌다.아무런 망설

임 없는 움직임과 살인을 하고도 아무런 죄책감 없는 표정은 그녀가 아직까지 이해하지 못

하는 일이었다. 그리고 사람이 죽는 모습을 처음 보게 된 그녀는 갑자기 무섭다는 생각이

들었고 신 가가 때문에 이런 내기를 그 계집과 한 것이 후회스러웠다.”네가 귀마의 목을

베어 온다면 신 가가를 양보할게, 어때 좋은 제안이지?””좋아, 그렇게 하자. 대신 그 약속

지켜야 해.”단지 연정 때문에 내기를 시작했다. 이런 사실을 장찬이나 초일이 안다면…, 그

렇다고 지금 와서 사람이 죽는 게 무서워 안 한다고 말하기에는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

았다. 깊은 한숨을 내쉬며 침상에 누워 천장을 바라보다 자시가 넘어 늦게 잠이 들었다.

“잠이 안 오는가?””…….”침상에 누워 있던 장찬이 의자에 앉아 창밖을 바라보는 초일에

게 말했다. 이미 밤은 깊었고 어둠이 세상을 덮었어도 초일은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했다.

“잠을 이루지 못하는 것은 심중에 커다란 문제가 있다는 증거지, 그럴 때는 아무 생각 없

이 기다리는 거야, 시간처럼 좋은 해결책은 없다네.”장찬이 말하자 초일은 가만히 끄덕였

다. 그의 말이 맞다고 생각했다. 이렇게 잠을 못 이루는 것이 벌써 며칠째인가, 낭인촌을

나오면서 계속되었던 심중의 불안 때문이다. 동생에 대한 걱정과 다시 만날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에 하루하루를 하오문에서 연락이 오기만을 바라며 보내고 있었다.아까 낮에 주루

에서 손을 과하게 쓴 것도 하오문에 자신이 여기에 있다는 것을 알리기 위함이었다. 하지

만 아직까지 연락이 오지 않았다. 초일은 깊은 한숨을 내쉬고는 잠을 청했다.’사람이란 누

구나 걱정을 하며 모두 무언가를 짐으로 어깨에 메고 살아가는구나, 나도 이제 이런 짐을

벗어 놓고 싶구나!’초일의 한숨에 장찬은 속으로 생각하고 잠을 청했다.일행은 장안에서

말을 구해 북으로 산길을 통해 가기로 정했다. 천여랑이 빨리 일을 끝내고 싶다는 말을

하며 길을 재촉한 것이다. 그리고 그날은 천여랑이 강호에 나와 처음으로 노숙을 하는

날이었다.천여랑은 일단 적당한 자리를 초일이 구하자 말을 묶어 두고 배운 대로 말에 매

어 둔 혁낭(革囊)을 풀어 화섭자와 소금, 그리고 감미료와 참기름을 꺼내 들었다. 초일은

그런 천여랑의 모습을 가만히 지켜만 보았다. 물론 초일은 육포를 입 안에 우물거리면

서 말이다. 이런 여행에서는 육포가 식사로 가장 좋기 때문이었다.하지만 천여랑은……?

천여랑이 집에서 배운 노숙은 초일이나 장찬이 아는 그런 노숙이 아니었다.”노숙할 때

는 어떻게 해요?””그냥 여러 가지 조미료만 꺼내 놓