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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 힘은 마치 비탈길을 굴러 떨어지듯 저하되어 갔다.그 속도는 내가 지난 열흘의

상태 변화에서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빨랐다. 혹시, 체내에 넣은 센리의 피가 완전

히 고갈됐는지도 모른다.흡혈귀의 신체 능력은 인간을 벗어난 것이다. 그래서 아직

은 밤새도록 걷는 것쯤은 가능하지만, 본격적인 전투가 된다면 이전과의 차이는

분명해질 것이다.만약, 센리의 피를 마신 직후의 나와 싸운다면 순식간에 때려눕

혀질 것이다.말 수가 줄었다. 의식이 몽롱해졌다. 어쨌든 배가 고프다.식사는 넘치

도록 취하고 있지만, 역시 흡혈귀에게 있어서 식사를 흡혈의 대체 행위로 하기에

는 불완전한듯하다.흡혈충동은 굶주림과 비슷하여, 굶주림과는 다르다. 몸이 뜨거

워지고, 의식이 몽롱하다. 마치 영혼이 붙태워지고 있는 것 같고, 틈만 나면 센리

의 움직임에 시선이 가고 만다.그 이후, 센리가 노골적인 권유를 해 오는 일은 없

었다.하지만, 그 무거운 은빛을 발하는 머리카락이, 얼룩 하나 없는 흰 피부가, 어

딘가 무심한 보라색의 두 눈이, 지금의 나에게 있어서는 미칠만큼 사랑스럽다.

흡혈충동으로 충족되는 것이 성욕과 식욕이라고 한다면, 지금 내가 센리에게 품

고 있는 감정도 그 두 가지가 통합된 것일 것이다.픽션, 논픽션을 불문하고, 『착

한 흡혈귀』라는 것은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고기를 먹어도, 물을 마셔도, 짐승의

피를 마셔도 채워지지 않는 갈증과, 서서히 빠져나가는 힘은, 분명 흡혈귀를 무서

운 괴물로 만드는 이유일 것이다.그야말로 『저주』다. 소멸로 가까워지는 실감은,

생전에 한번 그와 비슷한 것을 맛본 적이 있는 나조차 견딜 수 없는 것이었다.

센리에게 부탁하면 조금만 피를 나눠 받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하지만, 반은 오기

가 일었다. 센리의 전폭적인 신뢰를 얻는 방법은 알 수 없다. 시간을 끄는 것만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었다.우선 제일 먼저 그만둔 것은 대화였다. 나는 센리와의

대화를 최저한까지 억제하고, 단지 사고에 매몰되는 것으로 채워지지 않는 갈증에

저항했다.고독에는 익숙했다. 생각할 것은 얼마든지 있었다.앞으로 어떻게 살아

갈 것인가. 센리로부터 어떻게 신뢰를 얻을 것인가. 빨리 외적에게 저항할 수 있는

힘을 얻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구울의 변이처――『다크 스토커』를 건너뛰어버

려서 아직 사용할 수 없는 그림자에 숨는 능력을 어떻게 취득할 것인가. 내가 다

음에 변이할 때까지 얼마나 시간이 걸릴까. 그리고, 협력자를 얻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흡혈귀는 흐르는 물을 건너지 못한다. 소멸하지는 않겠지만, 물 위에선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고, 특수 능력을 완전히 잃는다고 한다.그래서, 흡혈귀는

섬에는 좀처럼 나타나지 않고, 발전한 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