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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관상쟁이, 점쟁이, 그밖에도 좌판을 벌여 놓고 가지각색 먹을 것을 파는 장사치들로 붐빌

대로 붐비고 있었다.”에그머니! 에그머니!”강주 아가씨는 빈 터의 복잡한 광경을 보자 감탄사를

연발했다.”매 언니! 여긴 참 구경거리가 많죠?”매약화 아가씨는 언제나 쌀쌀스런 말투였다.”천하

인걸(天下人傑)들은 모두들 모였군!”강주 아가씨가 무슨 말인지 알 수 없다는 듯 이상한 표정

을 하고있었다.”언니! 천하 인걸이란 워예요?”매약화 아가씨는 선뜻 반문했다.”정말, 무슨 말인

지 몰라?”강주 아가씨는 고개를 갸우뚱하고 시원스럽게 생긴 눈동자를 대록대록 굴리면서 고개

를 옆으로 흔들었다.”사람들이 늘 하는 소리를 듣기는 했지만 무슨 말인지는 몰라요. 언니! 그

건, 이렇다할 만한 올바른 직업이 없이 살아가는 사람들을 가리켜서 하는 말인가요?”매약화 아

가씨는 대답해 주었다.”넉 자는 말이야‥‥‥ 똑똑히 말하자면 그 의미가 굉장히 여러 가지야! 넓

게 잡아서 말하자면 무예계의 모든 사람, 그 변두리에서 어정대는 건달패들, 그리고 의술(醫)깨

나 배웠다는 작자들, 관상쟁이, 점쟁이, 도둑놈, 협잡꾼, 사기꾼까지 모두 천하 인걸이라구 할 수

있는 거야! 소위 상구류(上九流)니 하류구(下九流)니 하는 따위들을 모조리 이렇게 말할 수 있

는 거지!”강주 아가씨는 세상에 나와서 처음으로 신기한 말을 듣는 것만 같았다. 참다못해서

또 물어봤다.”상구류는 뭐고, 하구류는 뭔가요?”매약화가 또 기탄없이 대답했다.”상구류라고

하는 것은 무술의 실력과 재간을 지녀서 명성이 쟁쟁한 위인들을 말하는 거구‥‥‥ 소위 입신양

명했다는 인물들‥‥‥ 하구류쯤 되게 되면 방금 내가 말한 것과 같이 의술깨나 배웠다는 작자,

점쟁이, 관상쟁이, 도둑놈, 협잡꾼, 사기꾼‥‥‥ 등등‥‥‥ 시시한 인간들을 통틀어서 그렇게 말할

수 있는 거구‥‥‥‥”강주 아가씨는 또 시원스런 두 눈을 깜짝깜짝하면서 물어 봤다.”하구류에 드

는 인간들은 모두가 나쁜 사람들인가요?”매약화는 또 고개를 옆으로 흔들었다.”모두 그렇다

고야 할 수 없지. 무술 재간으로 입신 양명했다는 사람들 중에도 사람답지 않은 인간들이 굉장

히 많으니까‥‥‥‥ 그렇지 않다면야 무예계에 그렇게 많은 불상사가 발생할 리가 없을 게 아냐?

도둑질, 사기, 협잡을 일삼는 하구류 축에 드는 인간들이야 정말 보잘 것 없는 인간들이지만,

무예계의 허다한 기인이사(奇人異士)들 중에는 의술, 점쟁이, 관상쟁이로 변장해서 정체를 숨

기고 지내는 사람들도 많거든‥‥‥‥”강주 아가씨는 나이도 어리고, 평소에 신영궁 밖으로는 잘

나와보지 않은 탓으로, 바깥 세상 일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많지 못했다.매약화 아가씨의 이

야기가 흥미 진진해서 생글생글 웃으며 말했다.”그럼, 우리 빨리 가서 구경해요! 여기에도

무예계의 기인 이사들이 많이 있을 거예요!”매약화 아가씨는 소리 없이 싸늘하게 한 번 웃

었을 뿐이었다. 강주 아가씨의 태도가 너무나 귀엽고 천진해서 고개를 약간 까딱까딱해 보

이면서 천천히 넓은 터전 한복판을 향해서 걸어가고 있었다.